강원도 여행 강릉 오죽헌에 가다

강릉 오죽헌에 가다

강릉 오죽헌(江陵烏竹軒)은 강원도 강릉시에 있는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栗谷李珥)의 생가입니다.

날씨가 끄므륵했는데 경포대를 들러 파도소리멍 때리고 강릉에 왔으니 오죽헌은 봐야지 하고 들렀습니다.

그전에 왔던 오죽헌이 아니 색 다른 오죽헌이 모던한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더군요. 가끔 여행을 하다 보면 옛 생각을 하고 찾아간 곳에 실망감을 넘어 배신감마저 들 때가 있습니다. 구경하기 편하게 보도블록도 깔고 울타리도 치고 나무도 심고 했는데 왠지 보기는 좋고 구경하기에 편하긴 하나 개인 개인의 추억이 묻은 흔적을 지워버린 추억은 사라지고 인공미만 남아있는 느낌이랄까?

율곡이이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그분입니다.

강릉 오죽헌

강릉 오죽헌은 신사임당(1504∼1551)과 율곡 이이(1536∼1584)가 태어난 유서 깊은 집입니다. 사임당 신씨는 뛰어난 여류 예술가였고 현모양처의 본보기가 되는 인물이며, 신사임당의 아들 율곡 이이는 조선 시대에 퇴계 이황과 쌍벽을 이루는 훌륭한 학자였습니다.

강릉 오죽헌은 조선 시대 문신이었던 최치운(1390∼1440)이 지었고, 단종 때 병조 참판과 대사헌을 역임했던 최응현의 고택으로 사용되었다가 최응현은 훗날 신사임당의 외할아버지인 이사온(李思溫)에게 자신의 저택을 물려주었다고 합니다.

저 멀리 보이는 건물이 강릉 오죽헌시립박물관(烏竹軒市立博物館, Ojukheon & Municipal Museum)입니다. 오죽헌시립박물관은 강릉시 공립박물관으로 영동 지방에 선사, 역사 유물과 도자기, 고문서, 전적, 서화류 등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강릉 오죽헌 시립미술관은 다음에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자경문

오죽헌 바깥쪽에 위치한 외삼문(外三門)인 자경문(自警門)은 율곡 이이가 20세 시절에 지은 자경문(自警文)에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강릉 오죽헌 배롱나무

오죽헌 틀 앞 육백 년 된 배롱나무가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오죽헌 배롱나무가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자어로는 자미화(紫微花)라 하며 꽃이 피는 기간이 백일이나 된다고 하여 백일홍이라고도 합니다. 오죽헌 배롱나무 木百日紅 앞 안내판에는 이렇게 쓰여있습니다.

이 나무는 율곡선생 당시에도 있던 것으로 수령 600년이 넘습니다. 지금은 강릉 시화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오죽헌烏竹軒

조선 초기에 지어진 별당 건물로, 당시 원형을 잘 보존하고 있는 대표적인 주택입니다. 율곡 이이의 이종사촌인 권처균(權處均)이 자신의 저택 뒤뜰에 까마귀처럼 검은 대나무인 오죽이 자라고 있어서 오죽헌이라는 호를 지었고, 오죽헌이라는 이름 또한 여기서 유래된 이름이라고 합니다.

율곡 이이가 탄생한 별당 몽룡실(夢龍室)

여기는 신사임당이 율곡 이이를 낳은 별당인 몽룡실(夢龍室)입니다. 몽룡실은 신사임당이 율곡 이이를 낳을 때 검은 용이 나타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몽룡실 오른쪽에는 신사임당이 율곡 이이를 낳았던 온돌방이 있고, 왼쪽에는 율곡 이이가 6세 시절까지 공부했던 마루방이 있습니다. 현재는 신사임당의 영정이 보관되어 있습니다.

율곡 이이의 영정이 보관된 문성사(文成祠)

1788년에는 정조의 명령으로 율곡 이이의 저서인 《격몽요결》과 유품인 벼루를 보관하기 위한 건물인 어제각(御製閣)이 건립되었는데, 이 건물은 1975년에 진행된 오죽헌 정화 사업에 따라 북쪽으로 옮겨졌다고 합니다. 옛 어제각 터에 문성사(文成祠)가 건립되었습니다. 1977년부터 2006년까지 대한민국에서 발행된 5천 원 지폐 뒷면의 디자인 소재로 사용되었으며 2006년에 대한민국에서 발행된 5000원 지폐 앞면에도 오죽헌 몽룡실이 그려져 있다. 이영애와 송승헌이 주연으로 나온 2017년 SBS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의 촬영 장소로 쓰이기도 했다.